한국 아동문학의 위상(位相)과 과제(課題)

愼憲縡*

1. 서론

우리나라에서 아동문학의 위상이 가장 컸던 시기는 언제였던가? 이는 다름아닌 1900년대 초 개화기 무렵에 조성되었던 신문학 형성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개화기 ‘신문학(新文學)’의 싹은 다름아닌 아동문학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동문학은 일반 문학에 비해 어떤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는가? 우선 창작 방면으로 살펴보면, 한 때 경향 각지의 일간지 신문의 ‘신춘 문예’마다 아동문학 장르도 일반 문학과 나란히 끼어주어서 대등한 취급을 받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 문학 장르만 남아있지 아동문학 장르는 거의 사라지고 가물에 콩나듯 남아 있을 따름이다. 학문적 전공 대우 면에서 살펴볼 때도 일반 문학을 대상으로 한 국문학과의 차이가 현격하다. 예컨대, 각 대학마다 국어국문학과는 있어도 아동문학과는 전무한 실정이고, 심지어 초등 사범교육기관인 교육대학의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마저도 국어국문학 관련 과목은 많아도 아동문학 관련 과목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아동문학은 우리나라의 학계에서나 언론계에서나 푸대접을 받아왔고, 또 그런 대접을 받을 만큼 일반 문학에 비해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뒤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에 서점의 아동문학 작품 서가에는 참신한 작품들이 들어서는가 하면 그림동화류로도 눈에 띄게 확장 번성하더니, 아동문학 장르에서도 점차 베스트셀러들이 생겨나고 일반도서보다는 아동도서들이 잘 팔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차츰 유수의 아동 전문 출판사들도 늘어가는 실정에 와있다.

이러한 아동문학은 과연 지금까지 어떤 궤적을 보여 왔고 그에 따라 어떤 위상을 지녀왔는가? 그리고 21세기를 맞이하여 새로워진 환경이 주는 여러 도전에 우리 아동문학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면서 21세기를 개척해가야 할 것인가? 본 연구는 현시점에서 바로 이런 물음에 부응할 만한 아동문학의 과제와 지향점을 짚어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2. 한국 아동문학의 발자취와 위상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개념의 아동문학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국권신장을 위한 소위 준비론자이면서 계몽주의자들인 선각자들의 개화계몽적인 민족운동이요, 신문화 운동으로부터 비롯된다.

1900 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고전문학에서 근대문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인 신문학(新文學)의 시대를 열고, 이 시기의 대표 주자 몫을 했던 이는, 이른 바 ‘2인 문단시대(文壇時代)’의 주역인 육당(六堂) 최남선과 춘원(春園) 이광수이다. 그리고 이들이 발표한 초기 작품들이야말로 대부분 그 제목과 배후에 드러난 창작 동기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당시 십대를 벗지못한 저들답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동문학 작품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나라 시의 효시로 인정 받는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이기도 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게재한 <소년(少年)>지 창간호 발간일인 1908년 11월을 아동문학의 기점으로 삼았던 것이다.

육당(六堂)은 <소년(少年)>을 출발점으로 하여 계속해서 아동잡지, <붉은 저고리>, <아이들 보이>,<새별>을 발간하면서 아동문학적인 성격을 더욱 심화시켜가면서 아동문학의 장르명을 제시하고, 잡지 말미에 ‘글 꼬느기’와 같은 문예면을 두고 신문장 쓰기 운동과 더불어 아동문학 건립 운동에도 기여하는데 한몫을 했다. 춘원(春園)도 근대적 아동관과 더불어 아동의 개성적 감정을 개방시키자는 논설,<情育論>을 쓰고, 그 주제를 서사문학으로 표출시킨 초기 단편 소설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등을 쓰면서 아동문학을 형성하는 기틀을 다지는데 일조했다고 하겠다.

이들의 초창기 운동은 외세의 침탈에 대비하여 우리 힘을 기르자는 애국애족의 독립 운동의 일환이었고, 자녀와 교육을 중시해야한다는 초기 선각자들의 계몽적인 사회문화운동의 결과였다. 따라서 이들이 비록 본격적인 순문학적 운동은 아니었지만 이런 사회 운동을 통해 아동문학이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와 공은 인정할 만하다고 본다. 그리고 아동문학에 기여할 이런 운동과 그로 인한 소산물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신문학의 기반을 이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문학의 기초는 아동문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야말로 아동문학의 위상이 가장 크게 드러난 시기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육당(六堂)의 <새별>이 1915년에 통권 16호로 폐간된 뒤 4년 후, 우리 민족은 거족적으로 3․1 독립 만세 운동을 일으키고, 그 결과 일제가 제공한 문화정치 배경 아래 수십종의 종합지와 문예지가 나오는 와중에 드디어 우리는 1923년 3월 20일에 발행한 한국 최초의 본격적 아동문예지인 <어린이>지와 이를 무대로 1931년 작고하기까지 근대적 아동문학을 형성시킨 소파(小波) 방정환을 만나게 된다.

소파(小波)는 천사적 동심주의자(童心主義者)란 말을 들을 만큼 아동을 존중하고 아동의 감성해방을 선양하는 아동문화운동가로서, 그가 발행한 <어린이>지는 20년대와 30년대 초까지 동요황금시대를 이끌었고 유수한 아동문학가를 배출하며 아동문학 장르의식을 정립하는 등, 한국 아동문학의 기본 틀을 잡는데 큰 몫을 감당한 잡지이다. 1930년에 소파(小波)가 발행한 <학생>지 부수가 1만부를 기록하고, <어린이>지 부수가 3만부를 기록했다고 하니, 당시 독서계나 출판 규모로 볼 때 적지않은 것이었으며, 특히 우후죽순처럼 나왔다가 사라지는 일반 성인 문예지나 종합잡지에 비해 그 규모나 영향력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왕성했던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 <어린이>지가 1934년에 통권 123호로 폐간될 무렵, 아니 그 이전 1920년대 중기부터 박영희, 김기진 등이 <개벽>지를 중심으로 일으킨 계급문학이 우리나라 전 문단에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 영향을 받아 아동문학도 아동의 현실 인식과 비판 정신을 중시하는 소위 계급 아동문학이 <별나라>지를 중심으로 성행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성인 문단이 기존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민족문학파와 일본 유학파를 중심으로 일어난 계급문학파로 양분되듯이, 아동 문단도 주관적 동심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방정환, 윤석중, 강소천 류의 민족 문학파와 마해송, 이원수, 이주홍 류의 계급 문학파로 나뉜다. 이런 양파의 갈등을 통해 우리 문단은 그동안 소박한 동심주의와 교화적 아동문화 운동에 그쳤던 다소 습작기적 형태와 단선적인 모습을 극복하고 문학적인 자각과 전문성을 깊이고 다양성을 지니는 질적 제고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아동문학의 계급문학파가 30년대 들어, 점차 그것의 원조인 성인 대상의 계급문학파와 더불어 득세하면서, 점차 아동문단은 자연스럽게 성인 문단의 아류 내지 부속되는 위치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 점도 엿보인다.

아동문학 문단에서 일어난 2-30년대의 이런 민족 문학 대(對) 계급 문학의 양대 갈등은 40년대 암흑기와 광복혼미기를 거치면서 윤석중, 박영종 등의 아협(兒協: 조선아동문화협의회) 중심의 우익(右翼)과, 김동석, 신고송 등의 문학가동맹(文學家同盟)을 중심으로 한 좌익(左翼)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아동문단은 점차 더욱 확고하게 성인문단에 예속되는 경향을 띄어가고 있음을 본다. 그러다가 광복 혼미기를 지나 6․25 동란을 거치고 1950년대로 들어서면서 성인문단과 더불어 아동문단은 점차 통속적인 대중 문학으로 전락하는 경향을 띠는데 그 동기는 다름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전시 전후의 궁핍함이었다.

‘양심이니 애국이니 부르짖는 것도 어느 정도 자기와 그 가족들이 최저생활을 보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였지, 굶주려 가지고는 그러한 정신도 마비되어 혼란에 빠지고 마는 것’이라고까지 언급할 정도의 당시 사회의 궁핍함은 문필가로 하여금 대중에 영합하는 매문활동을 하게 했고, 그 결과가 통속적인 대중문학으로의 변질이었던 것이다. 이런 통속화는 환도(還都) 후에 나온 아동계 잡지들과 그 중에도 거기 연재되는 아동소설류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아동문학계의 통속화는 바로 성인 문학계에서 오염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아동문학계의 통속화를 주도한 이들이 대부분 성인 문학인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일부 통속화된 성인 문단의 작가들이 대거 아동문단에 들어와 아동잡지의 아동소설 연재물을 맡고 통속화를 주도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동문단은 광복혼란기를 거쳐 6‧25동란과 전후 50년대의 궁핍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자기 정체성을 확보할 겨를을 갖지 못한 채 성인문단의 일부 병폐에 영향을 받아 훼손되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

그러다가 아동문학이 본격문학으로서 체제 정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4‧19 의거와 더불어 열린 60년대 공간에서부터였다. 우선 50년대 말부터 비롯된 일간지의 신춘문예와 아동문예잡지의 추천제로 정비되기 시작한 문단의 등단제도가 이 때에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 때만 해도 경향 각지의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에서 아동문학 장르는 일반문학 장르와 대등한 응모분야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문단경향도 50년대까지의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익 패 가르기를 일삼던 분위기 대신, 60년대는 본격 문학 조성의 풍토로 바뀌었다. 그리고 동시, 동화 각 장르 면에서도 작가 중심으로 내용과 형식의 실험과 개혁이 난해성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활발해지고, 한국 아동문학의 학문적 정리 및 비평 활동도 김요섭, 이원수, 이재철 등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그 기반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하여 아동문학의 문학성과 그 정체성이 어느 정도 자리잡혀가는 과정이었던 점은 좋은데, 70년대 들어서 점차 아동문단은 산업사회의 뒤안길에 엿보이는 사회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고발하는 소위 현실 참여파 문학 풍토가 이오덕과 그를 따르는 유파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의 아동문학이 현실을 무시한 ‘동심천사주의’적 관념으로 동심의 비현실적 순수에나 매도된 사이비 아동문학이라고 비판하면서,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더욱 활성화되다가 2000년대에 와서는 <창비어린이>지를 중심으로 정착된 상태이다.

결국 아동문학의 이런 현상 역시 70년대 우리나라 일반 문학이 참여파 문학 대 순수파 문학으로 갈라진 것을 아동문학에서도 그대로 반영한 것이지, 아동문학 나름의 현상이 아니었음은 30년대와 광복 혼미기의 민족 문학 대(對) 계급 문학의 양대 갈등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아동문학 문단은 여전히 일반 문단의 그늘 아래서 그 영향에 자유롭지 못한 의존적인 관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까지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아동문학은 결국 100년 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 근대 문학을 일으킨 중심 역할을 해왔으나, 2,30년대 식민지의 궁핍기, 4,50년대의 광복혼미기와 전쟁기와 같은 그늘진 국가적 사회적 격동기 속에서 차츰 성인 문단의 영향을 받으며 그에 예속된 채, 아동문학의 정체성마저 확고히 세우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내왔음을 알 수 있다.

3. 21세기의 도전과 한국 아동문학의 과제

앞 절에서 우리는 한국 아동문학의 궤적과 위상을 살펴보면서, 서구 아동문학과 비교해볼 때 허물진 역사의 그늘 속에서 수세기 뒤져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도 특히 아동문학 연구는 당장 이웃 일본이 1900 년대 초에 이미 아동문학연구회를 만들 정도였던 정황에만 견주어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저들보다 반세기 이상 뒤져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아동문학에 대한 연구 천착의 연륜이 짧다보니 그에 따라 아동문학의 학문적 기반도 영세할 수밖에 없고, 성인 문학에 비해 아동문학 나름의 정체성마저 세우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동문단은 저절로 성인문단의 아류로 폄하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우선 아동문학연구자가 해야할 과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또 21세기의 세계와 한국의 동향은 우리 아동문학에게 많은 새로운 도전 거리를 주고 있다. 우선 아동문학이 싹트던 개화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외세의 식민지로부터 자유 독립국가로, 민족상잔의 전쟁이후 농업사회의 최빈국가로부터 산업사회의 세계 11위 무역대국으로 커졌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제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여 과거와는 달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고 있으니, 이런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가 던져주는 문제에 대하여 우리 아동문학에서는 창작으로나, 연구로나 주체적으로 적절한 대응책을 창의적으로 모색하면서 타개해가야 할 과제거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일 아동문학의 연구자나 작가가 아동문학의 정체성을 돌아보지않고 이런 과제거리들을 방치해둔다면, 과거처럼 여전히 일반 문학으로부터 예속되던 상태를 벗지못할 것이다.

본 절에서는 이를 타개하고 21세기가 주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먼저 아동문학의 학문적 기반 조성을 위해 아동문학 연구자가 해야할 일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어서, 21세기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아동문학이 담당할 과제를,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과 생태학적 세계관을 지향한 아동문학 및, 통일한국을 대비한 아동문학으로 나눠서 기술해보고자 한다.

가. 아동문학의 학문적 정립과 비평의 활성화

우리나라에서 아동문학의 학문적 정립에 최초로 큰 뜻을 품고 시작한 이는 1965년 <아동문학개론>을 펴낸 이재철교수이다. 그는 아동문학에서 최초로 평론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1976년에 <아동문학평론> 계간지를 창간하고 지금까지 주재해오고 있는 한편, 아동문학의 통시적 연구 차원에서 1978년에 <한국현대아동문학사>를 내고, 회갑논문집과, 정년퇴임논문집, 및 송수논문집까지도 모두 아동문학 선후배 작가 작품론을 망라하여 편집 기획할 정도였다. 그리고 1989년에는 <세계아동문학사전>를 펴내고 2007년에는 <남북아동문학연구>까지 내는 등, 아동문학의 사적 연구에서부터 작가 작품론 정리와 더불어, 북한까지 아우르는 한국 아동문학 전체 연구를 시도하는 데 이르기까지 한국 아동문학의 학문적 정립을 위해 기틀을 다지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런 업적을 토대로 하여 아동문학 연구를 좀더 정치하게 이루도록 하려면 우선 아동문학의 장르 및 장르 특성을 규명하는데 긴요한 관련 전문 용어의 통시적, 공시적 연구가 시급하다. 그래서 모든 연구자가 수긍할 만한 분명한 아동문학 장르의 개념과 범주를 정립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좀더 정치한 학문적 연구를 진척시킴과 더불어 이를 토대로 하여 아동문학 작품의 수준을 가리고 조정할 수 있는 비평의 척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우리 연구자와 비평가가 할 일은 해마다 방대하게 쏟아지는 아동문학작품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비평활동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좀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하도록 함께 힘써야 할 일은 다름아니다. 아동문학 연구와 비평을 위한 전문가 양성 차원에서라도 최소한 사범대학과 교육대학 등, 초중등 예비교사를 길러내는 사범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는 아동문학 관련 강좌를 개설할 뿐아니라, 초등교육대학원에는 초등국어교육전공과 더불어 아동문학 전공도 함께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디지털 시대는 문자로 된 인쇄 출판물보다 TV, 비디오, 컴퓨터, PC통신, 인터넷, 휴대폰 등의 뉴미디어 전자영상이 더 성행하고 어린이들에게 심대하게 영향력을 주는 때이다. 21세기는 언어 의사소통 수단을 단지 인쇄물에만 의존하던 활자 문화에서 현대의 발전된 문명 이기 덕분에 전파 문화로 바뀌어가는 시대이다. 그러면서 점차 ‘네트문화’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아동문학은 바로 이런 디지털 시대의 새로와진 환경에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이에 대응하여 21세기 한국 아동문학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이는 다름아닌 이렇게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하여 아동문학을 좀더 발전적으로 개척해나갈 길을 모색해 나가는 길일 것이다.

예컨대, 우선 디지털 시대의 동시 창작과 감상에 대해 살펴보자,

60년대의 본격 동시 운동 이후, 우리나라 동시는 텍스트 차원에서 크게 진전을 보였지만, 한편으로 시적 리듬을 통한 음악성을 놓칠 여지가 있었다. 그것은 동시를 활자화시켜 담아내고 읽어내는 활자 문화의 한계와도 연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동시는 그와 달리 전자기기를 십분 활용하여 그림과 음악과 동작을 함께 어울어낸 종합예술화한 작품으로 표현하고 감상하도록 한다면 활자 문화의 한계를 벗어나서 동시가 지닌 본래의 음악성, 회화성을 되살려서 동시 본연의 맛을 충분히 맛보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아동문학 작가들은 사이버 세상의 특성과 장점을 아동문학의 공간으로 효과적으로 수용하는 일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보여야할 것이다. 예컨대 작가들은 개인 누리집(Hompage)을 운영하고 독자와 대화방도 개설함으로써 독자와의 보다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지하는데 적극성을 띄어야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독자와 상호소통하며 독자의 진솔한 피드백을 받음으로 독자와 좀더 공유하기 좋은 작품, 시대와 현실을 여실하게 반영하는 작품을 창작하는데 도움을 받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아동문학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대응할 뿐아니라,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창작활동과 감상활동을 함으로써 아동문학의 본연의 가치와 효용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극대화시켜 가야할 것이다.

다. 환경생태적 세계관과 아동문학

오늘날, 우리 지구는 문명이란 명목아래 인간 위주의 세계 경영과 이를 구체화시킨 소위 산업화로 인하여, 자연 환경의 파괴가 날로 심각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확대 지속되면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만큼 도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새삼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다름 아니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며 인간과 자연이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념을 근간으로 삼은 환경 생태적 세계관을 회복시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중시하는 환경 생태적 세계관이야말로 본질적으로 아동문학의 세계와도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문학은 물활론(物活論:animatism)적 관점으로 자연을 대하는 동심의 세계를 형상화한다. 그래서 동시는 물활론적이고 정령설(精靈說:animism)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교감과 합일을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동화의 경우도, 일반 소설의 서사성(敍事性)이 자아와 세계와의 대결 구도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비해, 동화의 서사성은 도리어 분절된 자아와 세계를 화해와 합일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 환경생태적 세계관에 부합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아동문학은 이 환경생태적 세계관에 입각한 창작과 비평에 초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예컨대, 동시인은 이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상생적 조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태동시(生態童詩)를 써서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순환과 유기적인 모습을 그리며 생태계의 모든 존재가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노래할 수도 있다.

이런 자연친화적인 아동문학은 다소 반문명적이거나 반 권위적인 구석을 보이지만, 인간 중심적 사고를 지양하고 자연을 주제, 대상으로 부각시키면서 그 자연 속에 내재한 가치와 질서를 재발견하는 데서 그 의의와 보람을 얻을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 아동문학 작가와 연구자들은 환경생태적 관점에서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뿐아니라,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연을 구제할 길을 찾아 문학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나아가 현대인의 과도한 소유욕과 물질만능주의, 과소비 풍조, 경제 논리에 따른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비판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적 비젼을 제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친화적인 사고를 공유한 아동문학 작가와 연구자는 우리 어린이들로 하여금, 어릴 때부터 특별히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 및 생태의 중요성에 대하여 각성할 수 있도록 창작과 비평을 통해 지속적으로 힘써야할 것이다.

라. 통일한국을 대비한 아동문학

21세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이념 분쟁에 따른 전쟁 가능성을 가장 많이 지닌 지역으로 꼽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동서양 냉전체제의 해체와 이데올르기 대립의 해빙 분위기는 지금 북한사회의 여러 동향과 더불어 언젠가는 한반도에도 통일이 오리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데, 한국의 아동문학도 장차 지향할 점으로 또 하나 든다면 바로 이 통일한국을 기다리며 이를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은 60여년 이상을 다른 이념과 정치체계 속에서 나뉘어 살다보니, 경제, 사회, 도덕, 문화 등, 전반적인 이질화가 고착될 대로 고착된데다가 일상 어휘마저 많이 달라진 나머지 부분적으로는 언어소통까지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질화 현상을 아동문학 분야만으로 살펴보아도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의 혁명적 위업 찬양, 사회주의 건설의 위대성 선전 등, 주로 공산주의적 가치관을 강조하는 작품 일변도이고 그에 비해 남한은 황금만능주의 영향 속에 출판계의 상업성에 매도되는 경향이라 상호 접합점을 찾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남북의 이런 이질성의 벽을 허물고 하나로 화합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호 간의 정치적 이데올르기와 가치관에만 매이지 말고, 거기서 벗어나 상대의 존재를 서로 인정해주며, 민족문학의 논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경주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아동문학이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중에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에 있어 아동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고 본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꿈과 정신이 담겨 전해오는 전래하는 설화, 그 중에도 남북한이 함께 공유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하여 아동문학 작품으로 개작하고 정착시키는 일, 그럼으로써 그 안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일은 남한에서나 북한에서나 아동문학이 앞으로도 지속할 만하고 또 지속해야할 중차대한 과업이라고 본다.

4. 결론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 아동문학이 걸어온 내력을 살펴본 결과, 근대 한국문학을 일으키던 개화기를 제외하고는, 식민지 시대와 국가적 사회적 격동기 속에서 늘 성인 문단의 그늘 아래 예속되고 폄하된 채 지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급변하는 21세기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서, 아동문학이 감당할 과제로 짚어본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연구자가 수긍할 만한 분명한 아동문학 장르의 개념과 범주를 정립하고 이를 통해 아동문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할 뿐아니라 비평을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둘째, 아동문학 작가들은 누리집 운영 등을 통해 사이버 세상의 특성과 장점을 아동문학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일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보이는 일이다.

셋째, 아동문학 작가와 연구자는 자연친화적인 사고를 견지하면서 창작과 비평을 통해 어린 독자들이 생태의 중요성을 인식할 뿐아니라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돈독히 하도록 경주하는 일이다.

넷째, 통일 한국을 대비하여, 남북한이 함께 공유하는 전래설화들을 아동문학 작품으로 개작․정착시킴으로써 그 안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어린 독자에게 심어주는 일이다.

장차 우리 아동문학의 창작자와 연구자가 이상의 과제를 진지하게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아동문학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므로 일반 문학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발전할 뿐 아니라, 21세기의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잘 대응함으로써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일으키던 개화기에 본디 우리 아동문학이 지녔던 그 위상을 회복하는 때가 곧 오기를 기대하면서 본 발표를 가름하는 바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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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범, ‘韓國 童詩文學의 흐름과 앞으로의 과제’ <아동문학평론>129호(2008년 겨울

주제어	한국아동문학사, 한국아동문학의 위상, 한국아동문학의 학문적 정립, 21세기 한국아동문학의 과제.

ABSTRACT

The Prestige of Korean Children's Literature and Challenges

Shin, Heon-jae

This paper is examined that The prestige of Korean children's literature and challenges. Korean children's literature was one of the movement of a mass-aducation drives against Japanese colony and one of the proletarian literature by Choi, Namsun and Bang, Jung-whan. Bang Jung-whan had directed and issued a Journal, 'Eurini'(means children as Korean). The Journal had leaded the Korean children's literature in 1920' and 1930' Otherwise, Park, Young-hee and Kim, Gi- jin had leaded proletarian literature with a journal 'Geabuck' (means the beginning of the world). It influenced on pure children's literature and a journal for children, 'Beulnara'(means a nation of stars).

The pure children's literature has dealt with children's simple, honest and naive mind yet, the proletarian children's literature has dealt with children's perception and criticism of reality.

Conflict of two of trends pushed the Korean children's literature to adults' literature categories in period of Japanese colony, the restoration of independence and Korean War. Therefore, it was hard to confirm its identity. However, In 1960' Kim Yo-sub, Lee, Won-su, Lee Jea-chul had got a footing of Korean children's literature. In 1970', Lee Oh-duck had drawn out proletarian children's literature conversation and some writers and researchers have concentration on a journal 'Changbi Eurini' to improve interpretation of proletarian children's literature conversation. The two of trends are under of discussion again and that is still a matter of debate.

Researchers of Korean children's literature should look back over the past and aim at four challenges below. I hope those would get fruitful discussion.

Firstly, researchers should align basic concept, scope and genres of children's literature and enrich critics.

Secondly, writers of children's literature should understand media literacy and ponder on how to use it.

Thirdly, writers and researchers should write and criticize children's literature based on a view of authentic literacy.

Lastly, writers and researchers should deal with ethnicity of Korean to prepare a union of South and Nor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