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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내가 미쳤나 세상이 미쳤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09/10/30 17:05:20
조 회  
2632


내가 미쳤나 세상이 미쳤나

 

  ‘내 아들이 내 아버지’라는 식의 이야기인 것이 나에게는 분명한데 그것을 세상 사람들은 틀리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미쳤나 세상이 미쳤나? 혹 내 말을 이해하는 것 같은 사람도 ‘내 아들이 (내 손자의) 아버지’이니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냐고 한다. 이를 어쩌나?

  이런 당혹감은 <論語>, <學而篇>의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는‘孝弟也者, 其爲仁之道與’의 와전(訛傳)이나 오기(誤記)가 아닌가라는 주제의 나의 글을 읽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느낀 것이다. 그들은 나와 절친한 사이이기에 거리낌이 없다. ‘한문 공부를 제대로 못한 주제에 <論語>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이러니저러니 하느냐’는 눈치다.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관심을 끌려고 엉뚱한 말을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아니냐?’는 투의 느낌도 든다. 2000여년 그런 말없이 잘 배워왔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 하기야 나도 그런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반응에 찬동할 수 없다. 내가 한문공부를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논제에 한정한다면 나도 알만큼은 아는 것 같다.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도 틀림없으나 내깐에는 ‘바른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다. 나의 글에서는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그것에 의해 차분히 내가 의문을 갖게 된 배경과 절차를 A4용지 4쪽 정도 썼는데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라 너무 복잡하니 간략하게 말하라고 다그치기에 요점 하나만을 말한다.

  여기서 기본이나 근본으로 번역되는 本은 무엇이 무엇의 本이지 그냥 무엇이 本이라고 하면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술어논리로 말하면 本은 일항 술어가 아니라 이항 술어로서 관계를 나타낸다. (‘Bone(x)’가 아니라 ‘Bone(x, y)’ ) 이것은 마치 ‘x는 아버지다’로 말하는 것은 생략된 말이거나 잘못된 것이고 ‘x는 y의 아버지다’라고 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아버지라는 관계는 ‘x는 y의 아버지다(Father(x,y))'가 참이면 ‘y가 x의 아버지다(Father(y,x)'는 반드시 거짓이 되는 반 대칭(asymmetric relation)의 술어이다. 本도 마찬가지다. x가 y의 本이면 y가 x의 本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할 때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는 ‘내 아들이 나의 아버지다’는 식이다. 왜냐하면 ‘仁은 孝弟를 행하는 本이다’라는 것은 儒家의 기본신조인데 그와 반대로 ‘孝弟가 仁을 행하는 本’이라는 위의 말은, ‘이초식을 이지호의 아버지(本)다’고 하면서의 ‘이지호는 이초식의 아버지(本)다’는 말과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치에 맞지 않는 이런 말을 <論語>에서 했을 리 만무하다고 보아 ‘孝弟也者, 其爲仁之道與’의 와전(訛傳)이나 오기(誤記)가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의(異議)를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군자로서의 가장 근본적 의무인 仁을 이루는 길(道)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제일 중요한 (本 = 道의 本)) 孝弟이니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해석이 나에게는 결국 ‘이지호는 이초식의 (손자의) 아버지’로 해석하면 ‘아버지(本)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풀이와 구조가 흡사하게 여겨진다. 내가 미쳤나 세상이 미쳤나.

 

글쓴이 / 이초식

·고려대 명예교수

·전 한국철학회 회장

·수안이씨 대종회 회장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성숙의 불씨 2009년 9월 10일자 기고문 발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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