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회 3차 발표: 발표자: 박 귀선

때: 2015년 5월 18일 11시-14 시       곳: 도대 철학교육수련원

금년 교원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신헌재교수가 남명호박사차로, 김귀분 교장은 박귀선교수 차로 수련원에 도착했고 이초식 교수는 남철우선생과 가평역에서 만나 가평 등기소와 군청에 들려 <2015년 개별주택가격 결정통지문>의 잘 못된 접(도대리 213, 김경호 주택이 우리에게로 나옴)을 시정하고 밀린 세금도 납부, 수련원에 10시 15분경에 도착. 미리 온 박민규 소장과 이동석선생과 합류했다. 이초식, 신헌재 남명호, 김귀분, 박민규는 냇가 숲이 우거진 밭길을 거쳐 산으로 올라 등대관으로 길을 택했다. 갈대밭을 헤치고 나니 가평천에 비친 산 그림자가 절경이다. 등대관에 도착해 이동석선생의 커피 대접을 받았고 다시 지향관으로 내려와 담소회 발표와 토의를 하다. 김귀분이 마련한 다과를 나누며 약 세 시간 담소하다. 점심 칼국수는 박민규 소장이 한턱. 소요학파의 기분도 한목. 신 헌재교수와 그의 부인이 쓴 자서전 <봄날을 부르는 감사의 이중주>의 선물은 두 분의 교단생활과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본 웹 아카데미소개/ 이모저모/ 의 사진 참조)

신헌재 교수의 담소회 참관기 (2015. 5. 18. (월))

올 들어 처음 도대리 교대철학회 <담소회>모임에 다녀왔다. 선선한 바람 부는 좋은 날씨 속에 남명호선생 덕분에 편하고 즐겁게 다녀온 셈이다. 오면서 남명호선생에게 박귀선선생이 1,2년 전에 상배 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여지껏 전혀 몰랐으니….

도대리에 닿으니 10시 좀 넘었는데 전날 밤에 미리 왔다는 이동석선생이 허옇게 센 머리를 하고 마치 그곳 이장이라도 된 형국으로 맞이해주었다. 이장과 꼭 같다니까 이장이 아니라 통장이라던가? 이어서 남철우선생이 이초식교수님을 모시고 왔고, 박민규선생에 이어 박귀선 선생이 김귀분을 데리고 왔다. 이초식교수님은 여전히 환한 표정이신데 올해 팔순에 진입(?)하셨다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시지 않고 동안의 모습이 예나 다름없어 보이신다. 이어서 나타난 박민규, 박귀선, 김귀분, 남철우 선생 모두 60대 노인이지만 (남형은 70이 가까워졌다던가?) 1년여 만에 만나도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다.

앞장 서신 이초식교수님을 따라 남명호, 박민규, 김귀분선생과 함께 도대회관 아래쪽 물가의 넓은 풀밭쪽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다시 산기슭을 오르는데 40년 전 심은 잣나무가 벌써 사람 몇키로 자라 있었다. 그때 나무를 좀더 넓게 심을 것을 그랬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이를 지나 올라가는데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여기저기 핀 멋진 곳이 나타나 함께 사진도 찍으며 갔다. 등대회관의 테라스에 오르니, 미리 온 박귀선, 남철우, 이동석 선생이 와서 커피를 끓여 놓고 대접해주어서 함께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는 11시가 넘어서 다시 등성이 오솔길로 해서 도대회관에 자리잡고 앉아서 박귀선 동문이 맡은 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을 주제로 한 발표를 1시간 정도 듣고 이어서 자유 토론시간을 가졌다.

헬레니즘시대의 철학은 창의적인 새로운 사상이 아니라 과거 그리스 고대 철학을 이어받아 그것을 좀더 실용적으로 만든 것이란다. 그래서 막연한 진리추구보다 인간이 가치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윤리시대’라고도 한단다. 논의가운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바, 쾌락주의자 에피큐로스의 행복론은 ‘행복= 충족/욕망’으로 마음의 평정 유지를 통해 욕망을 줄일 때 충족감이 늘어 행복이 배가된다는 내용인데,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 교육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절제심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새삼 떠올리게 했던 점도 기억난다.

박귀선 선생은 헬레니즘 시대 철학 사조가운데 ‘에피큐로스-데모클레이토스의 자연철학’과 스토아 철학 및, 과학발전에 기여했다고 하는 ‘회의주의’와, 그리고 ‘신플라톤주의’에 이르기까지 네 가지를 들어 설명했는데, 이가운데 신 플라톤 주의가 제기한 바, 인간의 이성(누우스)과 영혼이 유일자 하나님과의 합일점에 도달할 때 지고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독신앙에 가깝다고 느꼈다.

다음달 담소회 발표는 초기 기독교 철학을 주제로 해서 내가 맡게 되었는데 나는 아직 러셀의 <서양의 지혜>도 구하지 못했으니 이번주 내로 주문하도록 해야겠다.

1시가 넘어서 자유토론이 끝날 무렵, 내 갖고 간 <봄날을 부르는 감사의 이중주> 책을 참석한 모든 회원에게 나눠주었다. 내 8권을 가지고 갔더니 참석 인원이 나까지 꼭 8명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남은 한권은 도대회관 문고함에 넣어놓았다. 재작년이던가 거기 넣어둔 3권짜리 어머니 일기책 바로 옆에 끼워두었다.

그리고 가평 거의 다가서 어느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나오면서 정년퇴임 후배가 신고식 차원에서 점심은 내가 낸다고 선언했는데, 박민규선생이 아니라고 오늘은 자신이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남명호 선생차로 이 교수님을 모시고 함께 가평역까지 가서 전송해드리고는 곧바로 경춘가도를 달리면서 문득 생각해보았다. 67년도 이 교수님을 중심으로 시작한 우리 서울교대 철학연구 동문회 멤버들이 50년 가까운 오늘까지 이렇게 계속 모임을 지속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닌데 그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하고….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박귀선 교수의 발표는 우선 교재 내용을 요약하기에 앞서 ‘그리스 고대철학’의 줄기를 개관하고 헬레니즘의 철학을 1. 에피큐러스 2. 스토아(제논) 3. 회의주의 4. 신플라톤주의 (플로티누스)로 분류해 논하다.

개인의 행복추구 철학

우선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헬레니즘’이란 무엇이며 그 특색은 어떤 것이냐의 문제다. 그리스 사상이 세계로 전파되게 된 것이 이 시대이나, 철학도 독창적이라 기 보다 개인의 행복문제를 중심으로 윤리생활에 응용과 보급에 치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에피큐러스의 수동적 쾌락, 정신적 쾌락이 개인적이고 판단을 잘 못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불안을 피하기 위해 판단중지를 하자는 것도 개인적인 것이다. 그리고 전기 헤레니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큐레네 학파의 쾌락주의나 큐닉학파의 금욕주의도 개인의 행복이 중심이다.

스토아 학파의 자연법 사상과 사회성

그러나 로마시대에 이르도록 약 500년 정도 지속된 스토아학파가 로마 귀족과 황제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그 철학에 사회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예: 황제이며 스토아 철학자인 마키우스 아우레루스는 공적의무를 강조) 세계 통치에 있어서는 지역성을 지닌 관습법을 넘어 만인이 따라야 하는 법이 필요한 데, 스토아 철학의 로고스 사상은 그러한 법, 즉, 인간 모두가 자연으로 지니게 되는 법, 자연법으로 적격이다. 스토아 철학에서 비롯된 자연법사상은 근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 까지 인권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로마시대 노예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노예도 귀족이나 다름없는 로고스를 지닌 평등한 존재임을 설파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은 만인 평등사상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교재에서 러셀은 제논의 사상을 決定論과 自由意志論이라는 철학적 문제영역으로 이끌어 들여 논하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자연은 결정론적이라고 보며 自然을 곧 神이라고 보는 汎神論을 취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인간에게는 양도할 수 없는 내재적 소유물인 德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인간의 다른 소유물을 빼앗을 수 있어도 이 덕을 탈취할 수는 없다. 이대목이 바로 인간의 기본권사상으로 연결된다. 덕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상으로 삼는다.

논리학 연구 계승

스토아 학파의 크리시푸스 (280-207 BC)가 논리학에서 가언적 삼단논법과 선언적 삼단논법을 발견하고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실질적 함축 (material implication)의 기본 개념을 논했다는 것도 괄목할만하다. 즉, 실질적 함축은 ‘p → q’로 표기되는 조건문인데 일상적인 모든 조건문의 의미를 다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건 p가 참이고 후건 q 가 거짓인 경우는 없다는 뜻 ‘ − ( p ∧ −q) '으로 만 제한한 조건문이다. 진리표로 보면 진리 값이 같다는 뜻이다.

‘그리스’를 ‘헬라스’로 호칭

‘헬레니즘’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그리스’의 국가명칭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표준어로는 ‘그리스’이나 ‘希臘’이라는 한자어로도 많이 통용되어 ‘희랍철학’이 널리 알려져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많이 번역해온 박종현 교수는 <희랍 사상의 이해>로 출간했던 책을 <헬라스 사상의 이해>로 개정했다. ‘그리스’나 ‘희랍’이라고 하지 말고 ‘헬라스’로 호칭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이 ‘헬레니즘’의 용어와도 밀접히 연결되는 것 같다.

오늘날 그리스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를 ‘헬라스’로 호칭해주기를 바라니 그렇게 하자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인 것 같다. 그에 의하면 ‘그리스’라는 말은 로마인들이 아드리아 해 (Mare Adriaticum) 건너편의 서북부 헬라스에 살고 있던 그라이코이(Graikoi)라 불리는 부족이어서, 이들이 살던 곳을 ‘그라이키아’라 한 데서 비롯했다. 그런데

“ ‘헬라스’의 유래는 이러하다. <구약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대홍수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아이지만, 헬라스인들의 대홍수와 관련되는 주인공들은 데우칼리온(Deukalion)과 피라(Pyrrha)이다. 이 대홍수 이후에 이들이 정착한 데살리아 지역에 그들의 아들 헬렌(Hellen)이 세운 나라를 처음으로 헬라스라 했다. 이 헬렌의 아들들로 도로스(Doros), 크수토스(Xouthos), 아이올로스 (Aiolos)가 있었는데, 도로스의 후손이 도리아 부족으로, 아이올로스의 후손이 아이올리아 부족으로 되나, 크수토스의 두 아들 아카이오스(Achaios) 및 이온(Ion)에게서는 이들의 후손 아카이아 부족과 이오니아 부족이 생겨나게 된다. 훗날 이들 모두를 합쳐 ‘헬렌의 후손들”(Hellenes)이라 일 컫 되는 데, 이 후손들이 살게 된 지역 전체를 헬라스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헬라스’로 호칭되는 지역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재의 그리스 국가영토에 한정 되는 것인 가? 아니면 가령, 현재 터키의 영토 일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헬라스’라는 호칭이 국제적으로 문제될 것은 아닌가? 이런 이야기도 나오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한자 표기의 ‘희랍’은 ‘그리스’ 보다 는‘헬라스’에 더 가까운 것으로도 보인다. ‘헬레니즘’역시 헤렌의 후손들의 사상 또는 그런 부류의 사상이 아닐까?

신플라톤주의

프로티누스(Plotinus 204-270)의 신플라톤사상은 900년의 고대철학을 마무리하는 종착역이며 새로운 중세철학의 시발역으로 비유된다. 三位一體(hypostases) 또는 세 실체의 개념으로 그의 사상은 요약된다. 이 사상을 풀이한다. 첫째, 一者(Proton)는 근원적인 최고의 원리이며 이에 관해서는 존재라는 것 이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하면 그로 인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점이 파르메니데스의 有와 흡사하다. 둘째, 정신 (Nous)는 지적 정신의 영역이라고도 하며 셋째, 영혼 (Psyche)은 프라톤의 형상(形相, 이데아)에 해당된다. 이 영혼은 안으로 누스에로 향하고 밖으로는 자연으로 향한다.

여기서 영혼의 의미가 여러 가지로 논의 되다. 영과 혼을 구분하기도 하고 우리의 통념으로는 영혼이 정신보다 더 깊은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식물영혼, 동물영혼, 등의 명칭으로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쓰임의 맥락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박귀선 교수는 다른 서적들을 참조하여 유출설(Emanation-theory)로 설명하다. 즉, 태양과 같은 일자로부터 빛이 흘러나오듯이 누스가 유출되고 정신으로부터 영혼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자연 (Physis)은 빛이 없는 상태 암흑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자연은 사악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으로 풀이한 것은 기독교의 원죄설과 다르다고 러셀을 본다.

일자를 신으로 풀이 할 때 이로부터 멀리 떠난 자연으로서의 육체와 영혼을 지닌 인간의 최고 목적은 고향인 일자로 되돌아가는 데 있다. 금욕적 생활을 통해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사색에 의해 영혼을 정화(淨化, katharsis) 다시 이데아를 동경하는 순순한 사랑에 의해 ‘이데아’를 직시함으로써 신과 합일하여야 한다. 인간의 목적을 신과 신비적 합일하는 경지, 망아탈혼 (忘我脫魂, extasis)라는 것인 데 이것은 고대철학과 구분되는 중세철학에의 길을 예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플라톤주의의 영혼 불멸설을 플라톤의 대화편<파이돈>에서 따온 것.

“영혼은 인간의 본질이며 본질은 영원하듯이 영혼은 영원하다.”

이것의 논리적 구조와 결론을 수락하기 위해 전제의 수락여부도 논리교육과 더불어 논의해 볼만하다.

담소 방담: 오고간 이런 저런 이야기

에피큐러스 학파의 행복론에서 부터 많은 이야기가 오가다.

그 행복론은 간략하게 “행복=충족/욕망”의 공식으로 제시해 본다.

예컨대, 충족시킬 것은 10인데 욕망은 100이라면 행복은 1/10인데 반해 욕망이 5라면 행복은 2로 증가 되어 같은 분자 (충족할 가령 돈)를 갖고도 한사람은 불행하다고 하나 다른 한 사람은 매우 만족해 할 것이며 같은 사람일 때 욕망을 줄이면 행복이 증가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민주교육은 야망을 갖게 하여 욕망을 무한히 증대하는 방향으로만 너무 나갔기 때문에, 경제발전으로 충족시킬 것이 많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낮아 져, 불행하다고 불평하게 된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도 욕망을 제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남명호)

그런데 젊어서는 몰라도 늙어서도 돈을 아끼기만 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얼마를 살겠다고 저축만 하느냐? 좀 쓰다가야지. 늙은이들 에게는 인색하게 욕망을 줄이는 것 보다 욕구를 발휘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박민규)

참 좋은 말씀입니다. 박 소장이 앞으로 그렇게 사시겠다는 것으로 알지요. 오늘 부터도 좋고요.(회중 다수)

최근 네팔 지진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다. 그렇게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불평도 많지 않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우성치며 정부비방하며 큰 난리가 났을 것인데...

어떤 책에서 보았더니 “우리의 출생자체가 확률적으로 희박한 데 성공한 것이므로 복 받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려서 죽어도 행복하다는 생각,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축복을 덤으로 받은 것이니 그 만큼 축복받았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 생각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네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김귀분)

우리 에게도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벌은 건졌잔소”..라는 유행가가 있지요. 나도 공감합니다.(이초식)